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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습작(my story)

낡은슬리퍼

C드레곤 2024. 11. 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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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근무한지도 벌써 18년이 다 되어 간다. 공립학교는 보통 5년 주기로 이동을 하는데 지금 근무하는 학교가 3번째 학교이다. 그리고 올해로 이제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학교는 5년만에 이동을 했었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유예를거듭하여 8년째 근무 중이다.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2년 전에 학교 근처로 이사 오면서 도보로 출퇴근을 할 수 있게되면서 유예를 하게된 것이다. 한 학교에 최대 8년까지 있을 수 있기에 올해가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직장을 들어가면서 가장 처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슬리퍼를 새로 장만하는 것이다. 첫 직장과 두 번째 직장에서 어떤 슬리퍼를 신었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산 슬리퍼는 5년간 신었다는것만 기억에 남는다. 아니 어쩌면 두 학교에서 슬리퍼를 한 번 더 구입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1만원도 되지 않던 슬리퍼를 사서 5년간을 신는다는 것은 별거 아닌 귀찮아서 였을지도 모른다.

첫 학교에서는 아마도 귀찮아서 새로 사지 않고 옮길 때까지 신었던 것 같다. 두 번째 학교에서는 그냥 옮길 때까지 신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것도 같다.

세 번째 학교에서도 별일 없으면 5년간 신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렇게 8년 가까이 신게된 것이다. 이제는 너무 낡았고 냄새도 나는 것 같지만 몇 달 남지 않았으니 참고 새로운 학교 갈 때 좋은 슬리퍼로 바꾸려 생각 중이다.

진크스도 아니고 신념도 아니며, 고집을 피우는것도 아니지만 꾸역꾸역 이 낡은 슬리퍼를 신고 다니고 있다. 이제는 복도를 걸을 때마다 헐겁기도 하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이제 얼마남지 않았으니 참고 있다.

8년간 내 발을 지켜주었고

교내를 이동할 때마다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과 걸을 때에도 함께한 정을 떼려니 섭섭함은 나만의 지나친 감정이입일지도 모른다.

내 물건 중 이렇게 오래 사용한 것은 거의 없다. 사실 물건을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너무 소중히 하지도 않는 편이다.

 

언제까지 한 직장에서 하나의 실내화를 고집하면서 신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학교에서는 내 발을 위해서 그리고 오래 신을 생각으로 좀 더 비싸고 튼튼한 실내화를 구입해 보리라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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