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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습작(my story)

규칙을 알면.....

C드레곤 2024. 8. 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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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18(일요일)

잘 보이지 않는 나는 경험에서 규칙을 찾아서 생활을 한다. 처음 가는 지하철 역에서 출구를 찾을 때 우선 아무 출구 아래에 있는 낭간을 더듬어 본다. 거기에는 점자로 몇번 출구 어느 방향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원하는 출구를 찾아서 나갈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이럴 때에는 출구를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출구를 찾기 위하여 현재 출구 번호에서 시계방향으로 출구번호가 증가함을 알면 편하다. 가령 현재 위치가 3번 출구이고 5번출구를 찾고자 한다면 오른쪽으로 출구를 2개 지나면 5번출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개찰구가 양쪽에 있다면 다른 개찰구로 나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출구번호가 시계방향으로 증가한다는 점만 알아도 출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현재 3번출구에 있는데 1번출구를 가야한다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출구를 찾으면 빠르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마트에도 있다. 모든 마트가 규칙이 단순하지는 않지만 자주 가는 마트는 내가 주로 구매하는 물건들이 있는 위치들을 외우게 되고 그 곳에서 찾으면 물건을 구입할 때 시간이 절약된다. 처음 가는 마트이거나 자주 구입하는 물건이 아닐 때에는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나마 직원이 매장 내를 자주 돌아다니고 만나게 된다면 물건의 위치를 물어 봐서 구입하는 시간이 준다. 모든 직원이 친절하지는 않기 때문에 종종 직원들에게 물건의 위치를 물어보아도 '저 쪽에 있어요.'라고만 하여 어디를 가리키는지 정확히 몰라서 혼자 맘 상해하기도 한다. 그나마 '출입구 쪽에 있어요.'라고 한다든지,

'저 오른 쪽에 두부 있는 곳에 있어요.'라고 알려주면 그나마 편하다.

바라기는 마트에 있는 물건들이 마트마다 비교적 비슷한 위치에 자리를 잡아준다면 나와 같이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제는 아들이 오예스를 먹고 싶다고 사다 달라하여 롯데 슈퍼를 갔다. 그런데 과자가 있는 곳에서 상자에 들어 있는 위치를 아무리 돌아보고 찾아 보아도 오예스가 없는 것이었다. 930분 경이라 직원도 돌아다니지 않아서 혼자 끙뜽대면서 찾다가 도저히 못 찾아서 나왔다. 집으로 그냥 갈까하다가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갔다. 여기는 내가 오예스를 자주 사던 곳이라 오예스의 위치를 알고 있기에 쉽게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평소에 있던 위치에는 오예스가 없었다. 혹시 위치가 바뀌었나 하여 과자 구역 주위를 몇 바퀴 돌았다. 결국 평소에 있던 위치의 맨 윗칸에서 오예스를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이 쉬는 날이라 오예스가 거의 다 팔린 모양이었다.

오예스를 사러 왔다가 거의 3~40분정도 동네를 돌아서 사 오니 속상했다. 밤 늦게 사오라고 한 아내에게도 속상했지만 내가 알던 위치에 없어서 찾는데 오래 걸린게 더 속상했다. 내가 시각장애만 없었어도 금방 찾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속상함에 집에 들어와서도 마음이 잘 풀리지가 않았다.

속상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는 규칙이 있는 공간도 많지만 아닌공간도 종종 있다. 규칙이 있는 공간은 대표적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보통 바라 볼 때 오른 쪽이 내가 탈 에스컬레이터이다. 올라가는 방향을 보고 있어도 오른쪽이고 내려가는 방향을 보고 있을 때에도 오른쪽으로 무조건 우측통행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백화점과 같은 큰 쇼핑몰에서는 올라가는 곳이 우리 앞에 위치한다면 내려 가는 곳은 건너편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규칙이 없는 화장실은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 어느 화장실은 남자화장실이 왼쪽에 있고 어느 화장실은 여자화장실이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어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을 지나가야 여자 화장실이 있기도 하고, 들어가서 왼쪽에 여자 화장실, 오른쪽에 남자 화장실이 있기도 하다. 바라기는 화장실의 위치가 규칙있게 위치한다면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잘 못 들어가는 경우가 줄어들것이다.

 

버스카드 단말기의 위치도 그렇다. 어떤 단말기는 계단을 올라가자 마자 있는 단말기도 있고 어떤 단말기는 계단을 오른 후 한 두발 앞으로 가야 위치한 버스도 있다. 또 어떤 단말기는 성인의 허리 높이에 위치한 버스도 있고 어떤 단말기는 가슴 높이에 위치한 단말기도 있다. 내리는 문 앞에 있는 단말기의 위치와 높이도 버스마다 다르다. 새로 생길 버스 아니 현재 운행 중인 버스들의 단말기의 위치와 높이가 일정하면 장애인들이 버스카드를 찍을 때에 도움이 될것이다.

모든 환경이 일관성 있기는 쉽지 않다. 건축의 다양성과 멋을 위해서도 그럴수만은 없을것이다. 일관성을 추구하다보면 획일성이라는 문제도 생길것이다. 그래도 위에서 나열한 부분 정도는 위치나 방향이 일정한 규칙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찾고 이동하기에 도움이 되어 훨씬 살

아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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