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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시각장애 아빠 이야기

시각장애 아빠의 고민

C드레곤 2020. 6. 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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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꾸러기는 이제 37개월이다.

엄마와 아빠가 시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아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책을 읽어 줄 때에 점자를 책에 붙여서 손으로 만지며 읽어 주었고,

점자가 찍혀 있는 책을 대여하여 읽어 준 적이 많아서 엄마와 아빠는 손으로 책을 보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점자로 붙여 놓지 않은 책들은 세이펜을 이용하여 책을 본다.

세이펜이 되지 않는 책은 이모님이 읽어 준 내용을 기억하여 그림과 내용을 기억하여 스스로 보기도 한다.

전에는 엄마 아빠를 졸라서 우리가 읽어주지 못 하는 책들을 가져와서 읽어 달라고 때 쓰곤 했는데 요새는 그러지도 않는다.

난 요즘 고민한다.

엄마와 아빠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언제 알려줄까?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내 마음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자고 한다. 굳이 엄마 아빠가 안 보인다는 것을 주입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난 그렇게 생각 하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 꾸러기는 엄마 아빠가 안 보이는 것을 안다. 다만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무언가를 찾을 때 먼저 와서 찾아주기도 하고,

본인이 아픈 부위를 우리가 못 찾으면 우리의 손을 가져가서 만져보게 한다.

멀리 있고 작은 물체들을 보면서 "저게 뭐야?"라고 자주 묻곤 한다.

아는 것은 최대한 알려주려 하지만 안 보이거나 모를 때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엄마 아빠의 장애를 알려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아이에게 장애를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난 다른 사람에게 부모의 장애를 듣는것보다

우리가 알려주는 게 나을 거라 생각되는데 말이다.

부모가 장애가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속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아직 어리기에 편견 없이 받아들일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조만간 엄마 아빠의 커밍아웃 시기가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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