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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학교 이야기

시각장애교사가장애인의 날에 동료들에게 적은 글

C드레곤 2024. 9. 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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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장애인의 날 동료들에게 메신저로 저를 소개한 글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시력과 시야 및 특징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변에 시각장애인이 있다면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게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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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특수교사 최00입니다.

내일은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지자체별로 학교마다 여러 방법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를 다양하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장애인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날이기도 할 텐데요.

선생님들께 오늘은 저의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려 합니다.

바쁘심을 알기에 굳이 지금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험 기간 중 마음이 동하실 때 한 번 읽어봐 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시각장애가 있습니다. 함께 동료로 일하고 있지만 선생님들께서 저를 얼마나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막연히 시각장애인 교사, 잘 안 보이는 사람으로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제가 얼마나 보이는지, 얼마만큼 안 보이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줄 압니다. 일하는 데 얼마나 불편한지 수월한지도 궁금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한 장의 글로 많은 부분을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해소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한 번 적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럼 궁금해하실 부분을 하나하나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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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은 언제부터 시각장애가 생겼을까?

저는 6~7살 경 갑자기 시력이 나빠졌습니다. 3형제 중 막내였던 저는 형제 중 가장 건강히 자랐다고 합니다. 6살 때 갑자기 TV를 앞에서 보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네 매점에서 과자를 더듬어 가며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이웃들이 안과에 한 번 데려가 보라 하여 병원에 진료받은 결과 시신경이 말랐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이미 너무 늦었고 안경을 써 보자고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안경을 3개 정도 망가트린 후에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7살 때 취학통지서가 나와서 동네 분교에 입학을 했다가 맨 앞에 앉아도 칠판을 보지 못하여 자퇴 권고를 받고 학교를 관두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서울에 맹학교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8살 때 입학을 하게 됩니다. 그 후 시력이 점점 나빠지기는 했지만, 너무 조금씩 떨어져서 크게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2. 현재 최선생은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저의 시력은 측정불가입니다. 좌측 눈은 빛 정도만 보이며 우측 눈은 그나마 1미터 내에서는 사람의 형체나 색깔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활자는 눈과 코를 종이에 대고 보면 약 25포인트 정도 크기의 문자는 더듬더듬 천천히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가까이에서 봐도 구분하지 못하며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은 주로 목소리나 옷 색깔, 등치와 냄새, 다양한 정보와 감각을 조합하여 구분합니다.

 

3. 그럼 어떻게 혼자 다닐까?

저는 어려서부터 시각장애가 있었기에 멀리 있는 물체나 작은 것들은 잘 보지 못하지만 이동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는 길은 거의 외워서 다니며 처음 가는 곳은 설명을 많이 듣고 가거나 동행자와 함께 갑니다. 지하철은 워낙 단순하고 노선도 거의 외우고 있어서 쉽게 혼자 다닙니다. 버스는 제 앞에 바로 서면 번호를 보고 탈 수 있습니다. 신호등은 보이지 않아서 음성 유도 신호기 리모컨을 사용하여 건넙니다. 미설치 신호등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건널 때 분위기를 보고 눈치껏 건너곤 합니다.

 

4. 그렇다면 공부는 어떻게 했을까?

위에서 적었듯이 청와대 앞에 있는 서울맹학교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점자로 책을 읽고 써 가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5. 업무와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할까?

주로 컴퓨터로 합니다. 컴퓨터에는 음성 스크린리더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음성으로 바탕화면과 인터넷 등을 키보드로 이동하면 텍스트는 거의 다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지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수업 준비도 하고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약점은 이미지와 그래픽 같은 부분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나이스와 에듀파인도 접근성에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오래 걸리거나 접근이 힘든 부분은 업무보조 선생님이 채워주고 계십니다.

 

6.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용할까?

요즘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 보조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삼성폰에도 있고 아이폰에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폰을 사용 중이며 보이스오버라는 기능을 활용하여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톡은 물론이며 유튜브나 메일 등 웬만한 애플리케이션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7. 00고등학교와 선생님들께 소소히 감사한 점은?

유예를 하여 벌써 00고등학교 7년 차입니다. 오래 지내다 보니 적응한 상태이며 익숙하여 큰 불편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립학교 특성상 매년 수많은 선생님들이 바뀌시지요. 학기 초에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외우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저 말고도 다른 선생님들도 어려운 줄 압니다. 어떤 배려심 깊은 선생님은 저에게 인사하시며 본인의 이름도 말씀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사소한 배려이지만 그분의 따뜻함을 느낍니다. 매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번만 말씀해주시면 그다음부터는 목소리와 이름을 알기에 대화를 나누며 혹은 인사만으로도 그분의 이름을 알게 되지요. 멀리서 인사하시거나 목소리 없이 고개로만 인사하시면 제가 몰라서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본의 아니게 예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답니다.

또 예전에는 교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공사를 통하여 교실이나 특별실마다 점자표기가 생긴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별실을 갈 때마다 잘못 찾아서 실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제는 점자로 미리 확인한 후 문을 열 수 있어서 실수하는 일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8. 선생님들께 가장 바라는 점이라면...?

저에게 궁금한 부분이 있는 선생님들이 종종 계신 줄 압니다. 속으로만 생각하시거나 주위 사람에게 몰래 묻곤 하시는 걸 압니다. 물론 조심스럽고 상처가 될까 봐 염려되시겠지요. 저는 장애인 경력 30년이 넘습니다. 상처를 받기는 하지만 굳은살이 박혀 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물어보시면 정확히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회의 때 인쇄된 문서보다는 한글/엑셀/파워포인트 파일을 메신저로 보내주시면 일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죄송하지만 PDF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9. 본인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엄청 많습니다^^ 농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첫째, 밝고 위트가 있습니다. 우울한 걸 싫어하며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농담을 하거나 말장난을 하여 야유를 받기도 합니다만 저의 장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둘째, 학부모와의 상담에 자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부모님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쁜 7살 아들도 있어서인지 특수학급 학부모님들께 상담을 할 때는 장애인 입장과 부모의 입장에서 누구보다도 잘 안내하고 상담합니다.

셋째는,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부분입니다. 뭐 딱히 생각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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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라도 궁금한 점 있으시면 쪽지도 좋고 전화로도 허심탄회하게 물어봐 주세요. 개인적인 질문도 좋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이나 장애 등, 뭐든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저의 이야기 어떠셨을까요~?

00고등학교에서의 장애인 교사와의 인연이 선생님들의 생애에 부디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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