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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습작(my story)

제주도로 스루페스

C드레곤 2023. 1. 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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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과 나는 스무살 무렵부터 친해졌다. 아니 대학을 가서 더 친해졌고 졸업후 더더욱 친해졌다. 나보다 두살 많은 형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조금은 시력이 있던 우리는 더 못 보는 친구들이나 형들을 이동할 때에나 도움이 필요할 때에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동행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형은 나보다 더 운동을 잘하였다. 비교적 나도 운동을 좋아했지만 나보다 한 수 위였다. 함께 전국체전도 나갔엇고 교내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운동도 거의 라이벌처럼 상대팀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던 중 나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하던 형과 오형은 룸메이트가 되었고 그 둘은 잘 맞지 않을것 같았지만 마격한 사이가 되었다.

덕분인지 우리는 대학을 가면서 더 가까워 졌고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점도 공통점이어서 더 친하게 지냈다.

대학을 졸업 한 후 내가 먼저 교사가 되었고 오형도 이듬해에 교사가 되었다.

우리는 근무하는 지역이 달랐기에 방학마다 만나 어울렸다. 여행도 다녔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러던 중 우리는 함께 1년 만기 적금을 가입하게된다. 1인당 5만원씩 1년 후 120만원이 생긴 셈이다. 이게 바로 20088월이다.

이 돈을 가지고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후배들을 위하여 사용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 후 1년더 적금을 부었고 2010년도 여름에 후배 김도 함께하게 된다.

셋은 종종 술을 마시고 전화로 회의도 하면서 어떻게 이 돈을 사용할것인지 회의를 정말 많이 하였다.

우리는 원칙이 있었다. 후원금 형식으로는 사용하지 말자는것이었고 후배 시각장애인들에게 보탬이 될만한 활동을 하자는것이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받은 것들 조금은 나누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정도 돈도 모였다. 500만원 정도 될 때였다.

시각장애대학생들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생각한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였다. 시각장애학생과 비시각장애학생으로 구성하여 당사자들이 기획하여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10명정도를 생각했다. 그리고 금액 지원은 최대 400정도였다.

하지만 인원은 15명이 되었고 마지막까지 지출한 금액은 500이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201210월부터 모임을 가졌으며,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남녀 비율도 어느정도 비슷했다. 하나도 못 보는 전맹시각장애학생도 있었고 저시력 학생도 있었다. 비시각장애학생도 4~5명정도 있었다.

제주도로 떠난 일정은 2013년도 1월로 기억된다.

우리도 후원자로 여행에 동참했다. 물론 일정에는 거의 동행하지 않았으며낮에는 우리끼리 활동하였고 저녁 시간에는 먹거리와 음주를 함께 즐겼다.

생각보다 20대 초반의 친구들은 계획성도 좋았고 열정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을 하였다.

우리도 부분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부러워도 한 시간이었다.

34일이었는지 45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녀온 후 모두들 만족해 했다. 그 후 다른 수도권 인근 여행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경주 여행, 속초 여행 등다양한 추억 만들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당시 우리가 '제주도로 스루페스'라는 이름을 정한 이유는

축구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것이 스루페스임을 생각하여 제주도 여행을 통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정했었다.

이 후 우리는 '두근두근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활동을 시작하였다.

제주도를 다녀온 후 몇 년 후 우리 멤버로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다.

연락이 지속적으로 되어 오형의 결혼식, 나의 결혼식, 김의 결혼식에 온 친구들도 있다.

제주도를 다녀온 친구들 중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행시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된 친구도 있다. 교사가 된 친구도 있고 디자이너가 된 친구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이 된 친구도 2명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락이 되지 않고 소식을 알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의 생각은 이랬다. 당시 또래들끼리 지속적으로 연락도 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잘 지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아래의 영상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비시각장애친구들이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시청하니 기억이 새록새록 !!!

보고싶은 친구들아

이제는 너희들도 모두 30대이구나!!

또 좋은 장소에서 만나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7x3YmhQf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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