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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끼적

며칠간의 출장을 다녀오다.

C드레곤 2021. 9. 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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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진작부터 예정된 일이었지만 가기 전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학교의 일도 그렇다. 특수학급의 아이들을 3일간 통합학급에서만 수업을 듣게 하려하니 아이들이 힘들어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가기 전에 미리 체크해야할 일들부터 담임선생님들께 부탁드릴 사항들, 통합학급의 좋은친구들에게 일러둘 일, 학부모님들께 안내드릴 사항, 동료 특수 선생님들께 부탁 드릴 사항들까지 챙겨야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집에 와서도 아들과 아내가 너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처제가 와 주기로는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내는 나보다 더 안 보이는지라 아들과 단 둘이 밖을 나오는 것은 매우 난감해한다.

걱정 속에 지방으로 출장을 갔고 4박5일의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속으로
‘아들이 어색해하면 어쩌지?’하며 걱정도 하였다. 다행히 한 5분 낯가리는 듯하더니 샤워하러 가면서
“아빠 보고 싶었어. 매일 집에도 안 오고...”라고 하며 울먹이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아빠를 안아주는데 얼마만의 이런 감동적인 순간 인가 싶었다. 나 역시 감동의 눈물이 나려 했지만 꾸욱 참고 샤워를 시키러 갔다.
그날의 감동은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미안한 부분도 있다. 아내는 전 날 화이자를 맞았는데 열이 올랐다가 내리는 중이었고 입맛이 없고 무기력하다고 하였다.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아들은
“아빠랑 같이 잘거야. 책도 이불에 가져다 놨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자야 하는지라...
“아빠 얼른 설거지하고 책도 읽어주고 함께 자자.”라고 하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들은 거실 소파에서 누워서 뒤척이다가 결국은 잠이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먼저 재우고 설거지할까 고민을 했지만 재우다가 나 역시 잠들까 봐 설거지를 먼저 한 것인데......
아들에게 감동을 받았지만 아빠와의 스킨십을 제대로 못 해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하였다.

다음 날이었다. 우리 특수학급 아이들을 만났는데 오랜만에 봤지만 여전하였다. 수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의 근황을 들은 지라 어땠는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중 한 남자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출장 가지 마세요. 출장 가시면 저희 위에 올라가야 하잖아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번에 또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이 특수학급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선생님이 안 계시니 기댈 곳이 없어 불편했나 보다.. 이번 기회에 아들에게나 학생들에게나 나의 존재감이 생긴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출장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내와도 출장 가기 전 갈등이 조금 있었었다. 다녀온 후 아내도 남편이 없어서 힘들었다고도 하고 없으니 불편하고 동생은 언니가 백신을 맞아도 쉬라고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투정을 부렸다. 서로 못다 한 이야기도 오랜만에 나누고 조금은 다시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두기도 필요한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y-3LUWBCf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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