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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습작(my story)

아무튼 장애인(배려와 존중)

C드레곤 2021. 3. 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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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Myriams-F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6살에 장애판정을 받았고 지금 내 나이가 40살이니 장애 경력 35년 차인 셈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보면 부담을 갖고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너무나도 조심하곤 한다. 장애인과 마주하면서도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망설이기도 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불러도 된다. 배려하고 존중해준다는 명목 하에 장애우라는 용어는 삼가는 게 좋다. 처음 본 사람에게 우리는 친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지 않은가? 그냥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은 시각장애인, 듣지 못하는 사람은 청각장애인,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지체장애인이라고 부르면 된다.

용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호칭이 가장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애인으로 35년간 살아오면서 불편한 일, 억울한 일, 기쁘고 감사한 일들을 차근차근 써보려 한다.

 

최근에 다양한 주제로 '아무튼 시리즈'가 나오지 않았던가.

아직 아무도 아무튼 장애인을 쓰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한번 장애인에 관한 에세이 형식으로 너무 거창하지 않게 그리고 조금은 가볍게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조금은 거북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애 관련 끄적임으로 기억되어도 좋을 것 같다.

 

, 그럼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시작해볼

까?

 

위에서도 살짝 언급한 용어부터 짚어보고 넘어가 보자. 우리가 사용하지 않으면 좋을 용어를 짚어보려 한다.

첫째, 장애우라는 말은 사용하지 말자. 우라는 말은 다시 말해 친구라는 뜻인데 우리는 친하지도 않은 장애인들에게 장애우라는 표현들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한 때 유행했던 호칭이며, 지금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장애인을 존중하는 의미로 장애우라는 표현들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장애인들은 장애우라는 호칭을 대부분 싫어해요. 앞으로는 장애인을 만날 때에 장애우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반말하지 말아 주세요. 요새는 많이 줄었지만 장애인에게 나이도 모르면서 반말을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답니다. 길을 물어볼 때에도 반말로 이리 따라와 혹은 저쪽으로 가면 돼 등으로 반말하시는 분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성인에게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장애가 있다고 반말로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장애가 있건 없건 사람으로 존중하는 언어 태도를 보여주세요. 말 나온 김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을 때에 다양한 장소에서 장애인에게 물어볼 일들이 종종 있지요. 이때 묻지 않고 옆 사람에게 묻는 경우가 정말 많답니다. 장애가 있어도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어요. 가능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봐주세요. 섭섭하다 못해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답니다.

투명인간 취급당하면 얼마나 속상한지 여러분은 아실까요?

앞으로는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여 대해주세요.

셋째로는 너무 불쌍히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장애인 중에는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안정된 직업과 돈을 잘 버는 사람도 많답니다. 물론 힘들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도 많지요. 비장애인들도 가난한 사람도 있고 부유한 사람도 있지요. 노처녀, 노총각도 있고 실업자도 많잖아요. 하지만 장애인을 보면 보자마자 쯔쯔쯔 혀를 차시는 분부터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대... 그것도 다 들리게 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이상 다 듣고 있답니다.

청각장애인은 심지어 입모양만 보고도 무슨 말 하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장애인이라고 모두 동정하고 불쌍히 만 여기지 말아 주세요. 그렇다고 배려나 존중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속상하고 불쌍할 수 있지요. 하지만 입 밖으로 표현하지 마시고 마음속으로만 간직해주세요.

 

모든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다 똑같지는 않아요. 같은 불편도 있지만 다른 불편함도 많아요.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삶이 뭔지 아실까요~?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랍니다. 직장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으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도 낳아 기르는 삶입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결혼을 안 해야 할까요?

장애가 있다고 자녀를 낳지 말아야 할까요? 자녀를 낳으면 유전이 되어 장애인이 나올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결혼도 하지 말고 아이도 갖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삶일까요?

남들처럼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하면서 속상할 때에는 포장마차에서 술도 한잔씩 하고 여자 친구랑 여행도 다니는 삶 생각만 해도 별거 아닌 소확행이잖아요.

돈 벌어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좋아하는 스포츠팀 직관도 가는 삶.

퇴근 후에는 직장인 밴드 활동도 하고, 여름에는 물놀이도 다니는 삶.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고 인기 가수의 콘서트를 찾는 일.

이게 다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장애인으로 살면서 포기하는 것들이 정말 많답니다. 우리 장애인들도 이제는 포기하지 말아요. 원하는 것은 하고 살자고요.

차별받으면 화도 내고 법적 조치도 취해보자고요.

우리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잖아요.

배려와 존중은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수평적인 상황에서 더 잘된다는 것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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